촬영은 연출의 파트너이자 생계수단이다. 촬영이 없이는 연출자는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뽑아내서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가 없다. 그러나 '연출자가 촬영에 관한 제반 사항을 면밀히 알 필요가 있을까?'라는 문제가 제기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라는 답이 맞을 것이다. 뛰어난 카메라맨이 반드시 뛰어난 연출자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연출자는 뛰어난 상상력과 현실의 표현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연출자는 카메라의 표현 방식과 표현 능력 그리고 조명의 표현 방식에 대해서는 정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영상에 대해 제작진과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은 연출의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연출자가 활용 가능한 것은 카메라에 비친 현실의 이미지와 영상밖에 없다. 방송에서 PD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PD는 자신의 눈으로 볼 수가 없다. PD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상은 카메라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PD의 모든 세상은 카메라 뷰파인더 안에 존재한다. 촬영은 PD가 세상에 관해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눈으로 보는 세상과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한 세상이 차이가 난다는 데 있다. 카메라의 앵글(보는 각도)과 피사체의 사이즈(화면에 나타나는 피사체의 크기)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달라 보인다. 조명에 따라 피사체의 색감이 크게 달라 보인다. '달라 보인다'는 것은 '피사체의 이미지'가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사체의 나이까지도 달라 보이게 한다.
TV는 빛의 매체다. TV는 빛에 따라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낸다. 촬영은 이 빛의 변화를 화면에 담아내는 것이다.
다음은 카메라 촬영 때 스태프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알아야 할 기본 용어를 정리해 본 것이다.
1. 촬영 기본 용어
1) 사이즈
주인공이나 주된 사물이 뒤 배경과 비교해서 차지하는 면적이 사이즈(field of view) 결정의 핵심 요소다.
카메라 사이즈
(1) 익스트림 롱 숏
주인공이나 주 사물이 아주 작게 보이고 반면에 배경이 엄청나게 크게 보인다. 예를 들어 운동장에 혼자 서 있는 주인공이 있다면 익스트림 롱 숏(Extreme Long Shot, XLS)은 운동장 전체가 나오는 숏에서부터 사람의 두 배 정도 크기까지다. 주인공은 매우 작게 보인다.
(2) 롱 숏
익스트림 롱 숏보다는 작은 크기의 숏이다. 그러나 여전히 주인공은 작다. 주인공이 서 있을 때 화면에 나오는 운동장 크기가 운동장의 절반에서 3분의 1 정도의 크기에서 주인공 전신이 꽉 차는 크기 사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익스트림 롱 숏과 롱 숏(Long Shot, LS)의 크기 차이를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연출자와 카메라맨의 느낌에 따라 크기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정확한 크기를 원하면 익스트림 롱 숏이나 롱 숏이라고 말하고 카메라맨에게 화면에 나타날 크기를 말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즉 롱 숏, 좌측은 골대까지 우측은 운동장 중앙까지, 혹은 주인공이 꽉 찰 정도의 롱 숏이라고 구체적인 크기를 말하는 게 좋다. 모니터가 있으면 화면을 보면서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3) 미디엄 숏
미디엄 숏(Medium Shot, MS)은 주위 배경보다는 인물이나 피사체가 화면을 지배한다. 주인공이 배경보다 더 많이 화면을 채운다. 사람 크기로 보면 허리 정도까지 인물이 잡힌다.
(4) 미디엄 클로즈업
미디엄 클로즈업(Medium Close-up, MCU)은 텔레비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숏 크기다. 인물로 말하면 겨드랑이보다 약간 밑까지 잡는 숏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가슴 정도의 크기다. 그러나 이 크기 역시 연출자의 느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5) 클로즈업
클로즈업(Close-up, CU)은 인물이 화면을 거의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배경은 아주 조금밖에 보이지 않는다.
(6) 익스트림 클로즈업
사람으로 치면 얼굴의 일부분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배경은 거의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익스트림 클로즈업(Extreme Close-up, XCU)을 '슬라이스 숏(Slice shot)'이라고도 부른다. 얼굴을 잘라서 그 중 일부분을 보여 준다는 의미다. 화면에 코나 눈, 입 등만 가득 나온다면 이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이다.
2) 컷오프 라인
화면에 보이는 크기에 따라 익스트림 클로즈업에서 익스트림 롱 숏까지 나눴다면 컷오프(cut off lines)로 화면 프레이밍을 정하는 전통적인 방법도 있다.
카메라 컷오프 라인
컷오프는 사람의 크기에 따라 나눈다. 사람 발끝까지 전신숏인 풀 숏(full shot), 무릎까지 잡는 니 숏(knee shot), 허리까지 웨이스트 숏(waist shot), 가슴까지의 바스트 숏(bust shot), 목 중간 정도까지 잡는 헤드 숏(head shot)으로 나눈다.
사실 사이즈(field of view)로 말하는 것보다 컷오프로 말하는 것이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미디엄 숏'하면 연출자나 카메라맨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웨이스트 숏'하면 거의 정확하기 때문이다.
크기를 말할 때도 타이트(tight, 조여서)나 루즈(loose, 헐겁게) 등 용어를 붙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웨이스트 숏이라도 허리보다 좀 위쪽이면 타이트 웨이스트 숏이라고 하고 허리보다 좀 밑을 잡아야 한다면 루즈한 웨이스트 숏이라고 말한다. 타이트와 루즈는 위에서 언급한 어느 크기의 숏이라도 붙여서 사용한다.
중요한 것은 연출자의 의도다. 정확하게 하려면 원하는 크기를 카메라맨에게 말로 풀어서 설명한다. 만일 모니터가 있으면 화면을 보면서 "좀 더 타이트하게"라든지 아니면 "좀 더 루즈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3) 카메라 앵글
카메라의 각도(camera angles)에 따라 화면의 공간 구성과 느낌이 달라진다.
카메라 앵글
(1) 표준 앵글
표준 앵글(normal angle)은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의 아이 레벨(eye level)과 비슷하다. 아이 레벨은 사람의 눈이 평상시 수평으로 볼 수 있는 각도다.
(2) 하이 앵글
하이 앵글(high camera angle, 부감 숏)은 카메라가 피사체보다 높은 데 위치해서 화면에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 보는 느낌이 든다. 하이 앵글에 나타나는 피사체는 외로운 느낌, 무력감, 약화된 지배력 등의 느낌을 보여 준다.
(3) 로 앵글
로 앵글(low camera angle, 앙각)은 카메라가 피사체보다 낮은 데 위치해서 화면에는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는 느낌을 준다. 로 앵글로 잡으면 시청자들은 힘, 지배력, 활력의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정치 캠페인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보통 로 앵글로 잡는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캠페인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키가 크고, 심리적으로는 힘차고 지배적인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4) 캔티드 앵글
캔티드 앵글(canted angle, 비스듬한 숏)은 카메라 위치가 수평에서 기울어진 비스듬한 각도를 말한다. 앵글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으면 활력이 있어 보이고 흥분감을 주지만 동시에 불안한 인상을 주게 된다.
(5) 주관적 앵글
주관적 앵글(subjective camera angle)은 카메라를 등장하는 인물 쪽에 두거나, 등장인물에 부착해서 만들어진다. 등장인물이 어떤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때 카메라 앵글이 공격을 당하는 측의 주관적인 앵글이 되면 당하는 사람 측에 카메라가 위치해 공격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보여 주게 된다.
〈13일의 금요일〉 같은 영화에 나오는, 연쇄살인범에게 공격당하는 여자가 나무와 풀을 헤치고 공격자를 뒤돌아보면서 숨을 헐떡거리며 빠르게 도망가는 장면을 생각해보라. F1 같은 자동차 경주를 객관적인 앵글(objective camera angle)로 잡을 수도 있지만 카메라를 달리는 차의 운전석에 장착해서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는 차에서 본 주관적인 앵글로 보여 주면 그 활력과 흥분감은 비교할 수가 없다.
4) 헤드 스페이스
우리나라에서는 '헤드 룸(head room)'으로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인물의 머리 위는 어느 정도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 시청자들이 마음의 편안함을 가질 수 있는 정도의 머리 위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클로즈업이나 미디엄 클로즈업의 경우 헤드 스페이스(head space)를 이전보다는 좁게 잡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연출자가 화면을 볼 때 지나치게 답답한 느낌이 든다면 이것을 고의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아니라면 헤드 스페이스를 좀 넓혀 주는 것이 좋다.
헤드 스페이스
5) 룩 스페이스
룩 스페이스(look space)는 루킹 룸(looking room)이라고도 부른다. 화면 속 인물의 시선이 가는 쪽 스페이스가 뒤쪽보다는 넓은 것이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보통 얼굴(미디엄 클로즈업)이 측면으로 무엇인가를 본다면 시선이 가는 쪽의 면적이 더 넓어야 한다. 눈 쪽보다는 머리 뒤통수 쪽이 더 넓게 잡히면 균형감이 무너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앵글이 아니다.
룩 스페이스/룩 룸
6) 스크린 스페이스
화면에 나타는 공간을 말한다. 스크린 스페이스(screen space)가 지나치게 많으면 이는 제대로 된 그림이 아니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할 때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이 너무 떨어져 있으면 스크린 스페이스가 많아지고 이는 보기 불편한 숏이 된다. 이 경우는 두 사람을 가까이 앉게 해야 한다. 화면에서 불필요한 스페이스가 지나치게 많으면 화면의 균형감이 떨어진다. 소품을 이용해서 화면을 적절히 채우라. 드라마의 미장센(mise-en-scene, 등장인물이나 소품, 조명, 무대장치 등의 적절한 배치)은 예술을 위한 인위적인 배치인데 다큐멘터리나 시사 등 사실 프로그램(factual program)에서도 적절한 미장센은 필요하다. 제작 현장에서 있는 그대로 찍어야 할 상황과 미장센이 필요한 상황을 구별해서 적절히 대응하라.
시사나 다큐멘터리 연출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대변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출 기법을 잘 연마해야 한다. 연출이 어려운 점은 바로 '그렇다면 무엇이 현실의 대변인가'를 파악해야 제대로 된 연출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의 대변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려면 단순한 테크닉만 연습해서는 안 된다. 세상을 보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뛰어난 연출은 기교가 아니라 세상을 읽는 눈이라고 하는 것이다. 연출은 손가락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하는 것이다. 뛰어난 연출가가 기억에 남는 그림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7) 황금률
TV 화면에서 양쪽의 균형이 정확하게 맞는 그림은 바람직하지 않다. 뉴스에서 앵커가 화면 중앙에 앉아서 화면이 정확히 두 쪽으로 나뉜다면 이는 좋은 화면이 아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앵커는 약간 왼쪽(시청자가 보기에)으로 앉고 우측 상단에는 화면 속 화면(Picture in Picture, PIP)을 둔다.
TV 화면을 같은 크기로 9등분으로 나누고 이때 생긴 4개의 교차점에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놓을 때 화면은 박진감과 안정감을 준다. 이것이 황금률(golden rule)이다. 일반적으로는 정중앙에 대상을 놓이게 하지 않는다.
황금률
8) 카메라 무빙
카메라 무빙(camera movement)은 두 가지로 나뉜다.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고 카메라 헤드만 움직이는 경우와 카메라 자체가 움직이는 경우다. 카메라 헤드만 움직이는 경우는 팬, 틸트, 페데스탈이고 카메라가 움직이는 경우는 달리, 트럭, 아크, 크레인이다.
(1) 팬
카메라 헤드가 좌우로 움직인다. 카메라맨에게 '오른쪽으로 팬(pan right)' 혹은 '왼쪽으로 팬(pan left)'이라 말한다.
(2) 틸트
카메라 헤드가 위 아래로 움직이는 카메라 무빙이다. '틸 업(tilt up)' 혹은 '틸 다운(tilt down)'으로 지시한다.
(3) 페데스탈
페데스탈(pedestal)은 틸트나 팬과 달리 렌즈의 움직임이 아니라 카메라 높낮이를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페데스탈은 스튜디오 카메라의 받침대를 말한다. '페데스탈 위로(pedestal up)' 혹은 '페데스탈 아래로(pedestal down)'로 지시한다. 틸트나 팬이 카메라 높이가 고정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인 반면 페데스탈은 카메라의 높낮이를 움직이기 때문에 원근감의 변화가 완전히 다르다. 또한 배경의 변화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페데스탈은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문제는 스튜디오 녹화일 경우는 페데스탈을 부드럽게 사용할 수 있지만 야외촬영일 경우에는 페데스탈을 하려면 카메라를 삼각대(tripod)에서 떼어내 카메라맨이 어깨에 메고 무릎을 굽히면서 찍어야 스튜디오의 페데스탈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4) 달리
카메라가 피사체를 향해 움직여 가거나 피사체로부터 멀어져 간다. 가까이 갈 때는 '달리 인(dolly in)', 멀어질 때는 '달리 아웃(dolly out)'으로 지시한다. '줌 인(zoom in)'할 때는 원근감이 밀집돼 왜곡 현상을 보이지만 '달리 인'은 원근감이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느낌이 매우 부드럽다.
(5) 트럭
트럭(truck)은 피사체를 중심에 두고 카메라가 수평으로 움직인다. 피사체가 고정돼 있고 카메라가 왼쪽으로 움직이면 '왼쪽으로 트럭(truck left)',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오른쪽으로 트럭(truck right)'이라고 지시한다. 만일 피사체가 움직이고 카메라가 피사체를 따라가면 이를 '트래킹(tracking)'이라고 한다.
(6) 아크
아크(Arc)는 피사체를 중심에 두고 원을 그리면서 돈다. 오른쪽으로 돌면 '오른쪽으로 아크(arc right)', 왼쪽으로 돌면 '왼쪽으로 아크(arc let)'라고 요구한다. 통상적으로 아크란 반원 이내에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피사체를 앞에 두고 정면에서 130도 정도 돌거나 피사체의 뒷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뒤쪽에서 130도 정도의 '아크 숏'을 한다. 때에 따라서는 360도 아크를 쓰기도 한다. 이럴 경우 피사체 주변으로 레일을 깔거나 스테디캠을 사용한다.
(7) 크레인
크레인(crane) 숏은 팔이 긴 크레인(지미집이나 크레인)을 사용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혹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숏이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면 '크레인 업(crane up)', 반대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면 '크레인 다운(crane down)'으로 지시한다. 혹은 '붐 업(boom up)'이나 '붐 다운(boom dow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만일 크레인을 수평으로 이동한다면 우리말로는 "오른쪽으로 수평으로 이동해 주세요."라고 풀어서 지시한다. 영어로는 'tongue right'아니면 'tongue left'라고 한다.
9) 피사계 심도
현장에서는 피사계 심도(Depth of Field, DOF)란 말보다는 '뎁스 오브 필드'란 영어 용어를 더 자주 듣게 된다. 촬영을 할 때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초점이 맞는 피사체의 전면과 후면이 존재한다. 이때 초점이 맞는 면적을 피사계 심도라고 부른다. DOF는 렌즈의 선택에서도 중요하고 영상 표현에서 매주 중요한 창의적 틀을 제공해 주고 있다.
만일 피사체 주위(앞뒤 포함)에 많은 공간이 있고 이들의 초점이 맞는다면 그 렌즈는 와이드(wide)이고 피사계 심도가 깊은 것이다. 만일 피사체 주위(앞뒤 포함)에 초점이 맞는 공간이 많지 않으면 렌즈는 얇은 것이고 DOF가 좁은 것이다.
10) 카메라 렌즈와 앵글의 변화
카메라 렌즈에 따라 초점 거리(focal length)의 차이가 나고 이에 따라 원근감의 차이가 난다. 요사이 사용되는 카메라는 거의 줌 렌즈(zoom lens)를 달고 있다. 줌 렌즈란 좁은 각도에서부터 아주 넓은 각도까지 초점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렌즈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고 줌 렌즈를 사용해 풀 숏에서부터 클로즈업까지 만들 수 있다. 줌 인은 와이드 앵글에서 내로 앵글(narrow-angle)로, 줌 아웃은 내로 앵글에서 와이드 앵글(wide-angle)로 움직인다.
(1) 표준 앵글
현장에서는 미디엄 앵글도 표준 앵글(normal-angle lenses)에 포함시킨다. 표준 앵글 렌즈가 만들어 내는 화면은 우리 눈이 보는 것과 같다. 원근감도 정상적이고 자연스럽다.
표준 앵글로 잡은 화면은 과장돼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피사체가 빨리 움직일 경우는 표준 앵글로 촬영하면 화면이 흔들리고 뿌연 느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의 경우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2) 와이드 앵글
와이드 앵글(wide-angle lenses)은 옆으로 넓게 퍼져 있는 느낌을 준다. 주요 피사체가 작아 보이고 다른 주요 배경들도 화면에 넓게 등장한다. 그러나 주요 피사체로 더 줌 인하면 주요 피사체는 매우 크게 보이고 주변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와이드 앵글을 사용하면 피사계 심도가 깊어지고 피사체가 실제보다 커 보인다. 또 초점이 잘 맞아 포커스에 신경 쓸 필요가 줄어들어 움직이는 피사체를 따라다니기가 쉽다.
(3) 내로 앵글
내로 앵글(narrow-angle lenses)은 우리가 표준으로 볼 수 있는 각도보다 훨씬 좁은 각도를 본다. 16㎜포맷에서 초점거리는 75∼250㎜다. 수평각도는 3도∼9도로 보통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좁은 부분만을 볼 수 있다. 내로 앵글을 쓰면 초점을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 조금만 움직여도 포커스가 나가기 때문에 삼각대 위에서 정교하게 촬영하는 것이 좋다.
내로 앵글을 사용하면 프레임 안에 들어와 있는 물체들이 꽉 붙어 있고 거리감이 실제보다 좁아 보인다. 그래서 사람이 길에서 차에 쫓기는 장면에서 주로 내로 앵글을 사용한다. 차와 사람 간의 실제거리가 20m가 넘는데도 내로 앵글로 찍으면 마치 차에 쫓기는 사람 바로 뒤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리감이 왜곡되는 것이다. 인파 장면도 실제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가 성글게 거리가 있는데도 멀리서 내로 앵글로 찍으면 빡빡하게 들어찬 느낌을 준다.
내로 앵글은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선거 유세에서 100명 정도가 모여 있다면 와이드 앵글로 찍으면 한 30∼40명 정도로 보이지만 내로 앵글로 찍으면 300∼400명 정도로 빽빽이 보일 수도 있다.
시사나 다큐멘터리에서 표준 앵글이 아닌 와이드나 내로 앵글을 사용할 때는 사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사실의 왜곡은 단순한 과장이나 축소가 아니라 연출가의 주관적 성향을 투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는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2. 촬영 주의사항
촬영은 연출자가 카메라맨과 함께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촬영의 기본 맥락은 연출과 편집편을 참고하면 된다.
1)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빨리 결정한다
촬영을 할 때 앞서 설명한 용어들을 이용해 카메라맨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연출자를 항상 괴롭히는 문제는 '무엇을 찍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드라마 연출자는 대본을 받고 무엇을 촬영할지를 결정하고, 이를 리허설을 통해 확인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예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드라마와 예능에서도 촬영 현장에서는 연출자의 빠른 판단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문제는 다큐멘터리와 시사다. 촬영의 제반 여건과 연출자의 스타일을 기다려 주는 드라마나 예능과 달리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다루는 영역이다. 현실은 촬영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가능한 한 많이 찍는 전략을 쓰도록 한다. 현실을 최대한 많이 담으려고 해야 한다. 현장의 빠른 판단은 돈과 스태프들의 노력을 절약한다. 특히 한국같이 제작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는 연출자의 빠른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2) 카메라와 조명의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라
뛰어난 연출자는 뛰어난 카메라맨이 될 수 없다.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 마찬가지로 뛰어난 카메라맨도 뛰어난 연출자가 될 수 없다. 뛰어난 연출자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미적, 감정적, 현실적 영상을 카메라맨의 전문성과 결합시킬 줄 안다. 촬영에 필수적인 조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연출자의 쓸데없는 참견과 아는 체하는 행동은 프로그램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3)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촬영이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 스토리라인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촬영의 톤과 카메라워크가 연출자의 연출 의도와 같이 가게 하라.
참고문헌
- Campbell, Russell(1974). Photographic Theory for the Motion Picture Cameraman, A. S. Barnes & Co.
- Hirschfeld, Gerald(1993). Image Control, London: Focal Press.
- Maltin, Leonard(1978). The Art of Cinematography, Mineola, New York: Dover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