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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이란 '무엇을 어떤 순서로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구성안만 봐도 그 작품이 될 것인지 어떤지를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구성은 생물과 같아서 항상 변한다. 그 변화를 긍정적으로 가져갈 것인가, 부정적으로 가져갈 것인가는 오로지 연출자와 작가의 창의적 능력에 달렸다.

구성이란 연출자가 프로그램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논리적 연결이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전체적으로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모른다면 일단 구성이 잘못된 것이다. 잘된 구성은 전체 기획 의도가 가장 잘 묻어난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 의도에 따른 구성을 먼저 해야 한다. 구성을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는 건물을 짓는 것이다. 잘 만든 프로그램은 설계도에 맞게 지은 건물과 같다. 설계도가 엉성하면 건물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언제 붕괴될지 모른다. 보기에도 엉성하다. 어느 한 부분만 두드러져 보인다면 실패한 건물이다. 건물은 엉성한데 엘리베이터만 좋다든가, 유리창만 두드러져 보인다든가, 전체적으로 싼 자재를 썼는데 지붕만 최고급 자재를 사용했다면 건물은 균형이 맞지 않아 어딘지 엉성해 보일 것이다. 구성도 같은 원리다.

훌륭한 건물은 설계도에 맞게 지어지면서 때때로 부분적인 설계 변경과 실내외 디자인과 장식을 세련되게 해서 건축미를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다음으로 구성은 양파를 까는 것과 같다. 구성은 시청자에게 다음에 어떤 것이 나올지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로 인해 시청자는 항상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다음에 나올 것을 예측하면서 때로는 맞고 때로는 틀리면서 프로그램에 빠져드는 것이다.

구성은 그 속에 어떤 것이 들어 있을지 모르면서 양파를 계속 까 나가는 것과 같다. 설혹 그 속에 내용물이 항상 같더라도, 혹은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더라도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고 매번 긴장하면서 껍질을 까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매번 같을 것 같은데 그 속에서 변화를 추구하면서 정성스럽게 까 나가게 하는 것이 구성의 힘이다.

1. 구성하는 법

구성은 창의성을 조직화하는 것이다. 창의성은 그 자체로는 방향이 없이 방황하기 쉽다. 방황하지 않으면 그것은 창의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조직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구성을 왜 '창의성을 조직화하는 것'이라고 하느냐 하면 조직화함으로써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 내용을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하라. 그것이 구성이다. 기획안 구성법 그 노하우를 공개한다.

1) 상상하라
구성의 시작은 구성자의 상상에서 시작된다. 심지어 기초적인 조사가 시작되기 전이라도 구성자는 상상에 기초해 구성을 자유로이 할 수 있다. 이것은 어떤 소재, 어떤 포맷이라도 가능하다.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상상력에 기초해 구성해보자.

① 대통령직의 역사
② 역대 대통령
③ 각국 대통령의 차이
④ 남녀 대통령의 차이
⑤ 대통령직의 어려움
⑥ 미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이 서로의 자리를 바꿔 일주일 동안 근무해 본다.

주제를 지금 바로 정해서 상상력에 기초하면 어떤 구성이 나올 수 있는가를 몇 초 동안 그대로 적어본 것이다.

미국과 한국 대통령을 서로 바꾼다는 발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흥미로운 접근이다. 이것이 가능하지 않으면 다른 방향으로 변형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동장을 대통령직에 일주일 동안 근무하게 한다든지 등등으로 구성할 수 있다.

2) 상상과 현실을 조화시켜라
창의성을 위해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든 구성 초안은 조사가 진행되면 그 현실성의 정도가 결정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미국과 한국 대통령의 교차근무 같은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상상력에서 나온 이 부분이 정말 필요하다면 단순히 삭제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만들면 된다. 자료 화면이나 리얼 애니메이션, 사진, 컴퓨터그래픽 등으로 얼마든지 현실화하거나 변형시킬 수 있다.

우리가 반드시 깨 버려야 할 선입관은 '구성이란 찍어온 것을 혹은 찍어올 것을 가지고 인터뷰를 넣어서 순서를 만드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또 다른 선입관은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나 시사가 완전히 다른 영역의 구성을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작가의 상상력을 연출이 가시적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따라서 작가의 상상력에 제한이란 없다. 반면 다큐멘터리나 시사는 현실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구성에 스스로 제한을 두고 만다.

상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방법은 상상을 구체화, 현실화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 것이다. 이 부분이 구성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리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이를 현실화시킬 다른 방법을 찾아라. 필요하다면 버리지 말고 다른 표현 방법을 찾아라.

3) '주요 내용을 묶어서' 간략히 순서를 정하라
여기서는 세세한 내용은 필요 없다. 비슷한 것을 묶어서 A4 한 장 정도의 큰 묶음(grouping) 순서를 정한다. 이는 전체의 흐름을 보기 위함이다. 여기에서는 조그만 구성 요소는 생략된다. 조그맣지만 재미있을 것 같은 부분을 여기에 포함시키면 흐름이 왜곡된다.

4) A4 한 장 이내의 스토리로 써라
전체 구성이 A4 한 장으로 정리가 안 되면 구성이 잘못된 것이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구성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해보라.

여러분은 혹시 옛날 어릴 적 엄마나 아빠의 무릎을 베고 누워 듣던 옛날 이야기가 생각나는가? 그때 기억을 더듬어보라.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 조이고 눈물 훔치던 그 기억을 다시 찾아보라. 그 이야기 구조가 여러분이 쓰려고 하는 A4 한 장의 스토리다.

재미없고 무성의하게 단순히 여러분을 재우기 위해서 들려줬던 옛날이야기는 여러분을 감동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아직도 여러분의 머리에 생생히 남아 있다. 여러분이 들으면서 "아빠, 다음은요"라며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해 했으면 그 스토리는 좋은 것이다.

그렇게 프로그램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A4 한 장 이내로 요약해서 스토리로 써라. 이야기 구조는 여러분이 어릴 적 듣던 옛이야기 구조다.

5) 전체 묶음 속 구성안을 하나씩 구체화하라
취재와 촬영이 진행되면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이야기가 구체화된다. 이렇게 스토리가 구체화되면 이를 전체 스토리에 삽입하지 말고 그룹핑된 부문별 주제에 구체화시켜 구성안을 작성해 나간다. 즉 그룹핑된 것이 8개 있다면 이제는 8개의 별개 스토리라인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취재가 진행되면서 한 번에 전체 스토리라인을 같이 구체화시켜 나가면 복잡해서 구성한 본인도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는지, 또는 했는지 헷갈릴 수 있다.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시간이 진행되더라도 전체 흐름은 그룹핑의 흐름으로 파악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6) 그룹핑 속 흐름은 전체 흐름의 연속과 반복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각 그룹핑 속의 스토리라인은 1) 상상한다 → 2) 현실과 상상을 조화시킨다 → 3) 주요 내용을 묶어서 간략히 순서를 정한다 → 4) A4 한 장 이내의 스토리로 쓴다의 순서를 거쳐 완성된다.

취재 과정에서 행해지는 인터뷰는 통상적으로 프리뷰를 통해 문자화된다. 이때 일부 제작진은 인터뷰 과정에서 생긴 의문점 중 중요한 것은 인터뷰 당시에 곧바로 기록해 놓고 구성안에 포함시켜 추가 취재를 한다. 혹은 프리뷰를 곧바로 해서 인터뷰 속의 의문점을 추가 취재를 통해 구성에 포함시킨다. 그러나 상당수의 제작진(PD, 작가)은 인터뷰를 프리뷰어에게 맡겨 놓고 제작 후반기가 되어서야 프리뷰 노트를 보고, 의문점에 대한 추가 취재 없이 그냥 인터뷰 한 것 중 필요한 부분을 편집에 쓴다. 문제는 이 과정이 제작 과정 후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의문점이 생겼다고 해도 추가 취재를 통해 이를 해소할 시간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취재진은 인터뷰를 할 때 의문점이나 추가 취재의 필요를 느끼면 이를 기록으로 남기고 구성안에 즉각적으로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제작진의 마음속에 있는 의문점은 구성안에 적힘으로써 비로소 전체 맥락 속에서 그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현장 인터뷰는 매우 중요한 구성 요소라는 점을 명심하라. '3) 주요 내용을 묶어서 간략히 순서를 정한다' 이 부분은 더 이상 그룹핑이 필요 없다고 느낄 때까지 계속해 나간다. '4) A 4 한 장 이내의 스토리로 쓴다'는 제작 과정이 심화되면 자연스럽게 전체 원고와 이어진다. 그러나 전체 원고가 나오기 전이라도 각 그룹핑 내에서 스토리가 나오고 이 그룹핑 내에서 스토리가 기승전결을 갖추고 재미가 있다고 한다면 당연히 전체 원고도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스토리를 남에게 들려주는 옛이야기처럼 자꾸 써 버릇하면 구성이 재미있고 쉬워진다. 결국은 전체 구성과 전체 원고도 쓰기 쉬워지고 시청자에게 친숙한 내용이 된다. 낱개의 내용을 나열하고 이를 연결해서 원고를 쓰는 습관은 많은 구성자들이 물들어 있는 아주 나쁜 버릇이다.

7) 구성 요소를 해체하고 다시 연결한다
이 단계는 총 점검의 시간이다. 위의 단계를 거쳐 이미 써놓은 구성안은 다 무시하라. 전체 세부 구성안을 집중해서 읽은 후 몇 시간(하루면 제일 좋고 시간이 없으면 6시간 혹은 3시간도 좋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마라. 사우나나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머리를 비운 다음에 백지를 들고 자리에 앉아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구성 요소를 순서대로 적고 스토리를 만들어라. 여러분의 기억에 남은 것은 취재 중 가장 중요하거나 재미있는 부분이다. 이를 위주로 스토리를 다시 만들어라.

그리고 원 구성안과 새로 만든 구성안을 비교해서 제3의 새로운 구성안을 만든다.

이 재구성에서 염두에 둘 것은 몰입감(sense of involvement)의 생성을 어디서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몰입감은 계속 보고 싶은 감정이다. 몰입감의 생성을 위해서는 논리적 흐름을 타는 것과 동시에 스토리텔링을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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